먼저 사람이 되자

> wecode 에서의 1개월 그리고 나

Jun
4 min readJul 19, 2020
Photo by Adam Vradenburg on Unsplash

“먼저 사람이 되자”

내 생에서 매몰차게 버렸던 프로그래밍을 다시 붙잡은지 3개월이 지났다. 앞으로 개발자로서 살아갈 나에게 가장 해주고픈 말이다.

왜 사람이 되어야 할까. 개발자라는 타이틀 이전에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동물에도 의식과 비슷한 것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식의 특성은 반성하는 정신으로서의 의식이라는 데 있다. 그것은 자신을 아는 의식, 자신 밖의 타 자와 세계를 아는 의식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각할 줄 아는 존재다. 삶과 죽음을 생각할 줄 알며 고독을 의식할 줄 안다. 적어도 그러한 능력을 부여받은 존재다.

출처: 인간이란 무엇인가 [人間-] (의학개론, 2006. 4. 10., 이부영)

나, 타자 그리고 세계를 자각할 줄 아는 존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정의하는 사람다운 사람에 속한 부류인가

나를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모습에서 문제의식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반성하는 특성이 없는 동물과 다를 바 없다. 나를 비추는 마음의 거울을 얼마나 단정하게 갈고닦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질문을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던졌지만 가 닿질 않는다. 나의 불안에서 파생된 조급함이 나를 돌아보고자 하는 시간에 훼방을 놓는다. 이런 글과 생각이 개발자 경력에 도움이 되겠느냐 하는 의심부터 이런 시간에 알고리즘 공부, 코드 한 줄이라도 더 적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채찍질까지. 잠시 멈춰 염려에서의 해방을 경험하는 막간의 시간을 내게 주지 않는다. 나의 다리는 무의식적으로 떨고 있고, 손은 타자기 위에서 무언가를 두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왜 경계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나’를 돌아보지 않고 문제 해결(프로그래밍)에만 몰두하는 것은 나를 더욱더 신경질 적이고 좁은 사람으로 만든다. 더더욱이나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른다. 시야가 차단 되기 때문이다. 내 울타리 안에 갇혀있는 상태에서는 결코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실력. 물론 중요하다. 근데 그 실력을 쌓아올릴 ‘나’ 라는 기반이 엄청나게 좁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면, 금방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함께 하는 커뮤니티가 필요했다. 나 혼자서는 확장할 수 없는 나의 한계를 같이 넓혀 나가는 사람들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20년 여름 나의 타자 그리고 세계

> wecode 에서의 생활이 지금 내게는 거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동기들과 함께한다.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해서 강남 한복판 선릉 위워크에 모인다.

나에게는 동기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세계다. 아직 한 달이 채 안 되어서 깊이 알지 못하지만, 모두가 각기 다른 이야기와 개성을 지녔다. 솔직히 말하면 > wecode 에서 프로그래밍 실력을 깊이 있게 해 나가는 즐거움보다 동기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여주는 세계를 마주하는 일이 더욱 즐겁다.

내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짐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은 바로 타자이다. 타자는 곧 세계다. 내가 경험하지 못 한 그들의 삶은 고유한 에너지를 갖고 있고, 계속해서 나의 좁은 세계에 충돌을 일으킨다. 그렇게 나는 내 우물을 파면서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채움 받는다. 아이러니하다.

처음 접하는 프로그래밍과 난무하는 개발 용어들 가운데에서도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는 동기들. 맛있는 음식 얘기하면서 그것과 어울리는 술을 읊어놓는 동기들. 때로는 진지하게 우리네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한탄을 나눌 수 있는 동기들이 있어서 좋다.

이 관계에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의 의지로 되지 않는 것 또한.

앞으로 한 달간 본격적으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나는 내 포트폴리오에 올릴 멋진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겪게 될 여러 감정을 어느 하나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고 또 즐거움을 느끼며 융합되는 과정이 결국 우리가 만족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

개발자가 되기 이전, 먼저 사람이 되는 것을 잃지 말자. 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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