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 brauche ich wirklich?

Jun
6 min readApr 7, 2024
Photo by Egor Myznik on Unsplash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영화 Opus 에서 그가 일생에 남긴 작품들을 연주한다. 모든 상영시간 내 등장하는 사물은 사카모토 류이치와 피아노.

그의 작품은 불필요한 음이 없다. 잘 정돈된 질서 위에서 소리가 만들어진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내 에어팟에서 아리아나 그란데의 yes, and? 가 흘러나온다. 내 귀에 떼려 박히는 중독적이고 쾌감 가득한 하우스 파티의 리듬은 정말 내게 필요한 걸까? 이 질문은 진짜 내가 필요한 것은 무엇이지? 로 확장된다.

베를린 살이에서 재밌는 점은, 내게 필요한 것을 온전히 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은 내가 필요한 것을 취사선택하는 과정으로 단순화 시킬 수 있다.

서울에서는 내 필요가 관계, 규율, 사회에 의해 정의되었다. 베를린으로 나오고자 했던 결정은 내 필요를 내가 선택하고자 하는 욕망에 기반했다.

가장 단순한 것으로 예를 들어보자.

내가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것. 어떤 재료를 사다가 요리를 할지. 집 바로 옆 이탈리안 비스트로에서 라자냐를 포장해 올지, 집에 있는 계란과 토마토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을지 선택할 수 있다.

사실 요리는 서울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약속, 야근, 회식이 서울보다 드물기 때문에 (는 그냥 친구가 없기 때문에) 무엇을 마실지 먹을지 그 필요를 내가 구성한다. 그러면서 내가 선택한 필요가 어떻게 내 몸에 영향을 주는지 체감하고 있다.

턱 통증

내 나이는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따라서 신체가 정말 예민하게 반응한다. 3월 초, 계약서 작성과 비자 신청을 완료하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쉬는 기간 없이 달렸기 때문일까 몸에 남아있는 에너지가 없었다. 하품을 했다. 턱에서 하고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분명히 이건 물체가 가진 휨강도를 벗어났을 때 금이 가는 소리와 유사했다.

다음날 자고 일어나서 양치를 하는데 입을 벌릴 수가 없었다. 10년 전에도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방황하던 시기에 정체 모를 턱 통증을 안고 살았다. 치과에서도 딱히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냥 참으라고 했다. 더군다나 원인도 밝혀진 게 없다고 한다. 다행히(?) 10년 전 턱 통증 유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과의 동침을 준비했다.

며칠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더 심해졌다. 먹는 것도 신경질이 났다. 인간으로 태어난 게 불행하다고 느꼈다. 턱이 아파서 먹지를 못 한다. 근데 배고프다. 먹으면 다시 턱이 아프다. 역시 사는 것은 모순이다.

결심했다. 나의 필요를 점검할 때가 되었구나. 정확히는 내게 불필요한 것을 드러내서 없애는 작업이 필요했다. 물체처럼 손에 잡혀서 뽑아버리길 희망했다.

먼저 내게 가장 불필요한 것은 과식이었다. 스트레스성 과다 우버이츠 오더 증후군에 시달렸다.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과식이었다. 메뉴 한 개만 시켜도 충분한데 꼭 사이드 메뉴를 시켰다. (예를 들어 감자튀김)

한 번 이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나에게 더 나쁜 쪽으로 강화하게 된다. 예를 들면, 전날 햄버거랑 치즈가 잔뜩 들어간 감자튀김을 먹고 속이 안 좋았다. 근데 오늘 또 팟타이에 짜조를 시켜서 배가 터지도록 음식을 집어넣는다. 소화가 안되니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 수면 동안 휴식을 취하지 못 한 몸은 또 신경질을 유발한다. 그리고 다시 스트레스로 인한 과다 음식 섭취를 한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같이 사는 플랫 메이트 하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싼은 이란에서 왔다. 내가 본 사람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다. 네트워크 최적화를 주제로 연구 중인 박사생이다. 이 친구를 플랫 메이트로 두어서 정말 다행이다. 요리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마음이 넓은 친구 하싼은 내게 이란식 닭볶음 덮밥 레시피를 알려주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날 이후로 아시안 마트, 집 옆 슈퍼마켓에서 이 재료 저 재료 사다가 내 멋대로 요리를 하고 있다. 그냥 내 눈에 보기 좋고, 내 입맛에 맞으면 되는 거다. 하지만, 철칙 한 가지가 있는데, 내 모든 요리의 베이스는 올리브오일과 마늘이다.

독일 마트에는 한국과 달리 깐 마늘, 다진 마늘이 없다. 망에 든 통마늘을 사서 직접 손질해야 한다. 손에서 마늘 냄새가 진동하고, 손질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처음에는 불만 아닌 불만을 품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확신한다. 마늘을 손질하는 이 10분의 시간이 내 턱 통증의 치료제다.

어차피 정체 모를 이유의 통증이라면, 나만의 치료제를 찾아서 스스로 케어해야 되지 않겠는가. 내가 내린 진단은 악순환에 의한 정신 건강 악화가 원인이라 생각했다. 치료제는 내게 진짜 필요한 의식 또는 루틴을 찾기였다. 악순환이 채우고 있던 자리를 선순환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작은 의식들이 필요하다.

마늘 손질 10분은 무생물의 키보드를 두드릴 때 느끼는 촉감과는 전혀 다른 생동감을 선사한다. 껍질째로 있는 통마늘을 손질할 때, 부스락 거리는 껍질과 그것을 벗길 때 느끼는 쾌감은 자연을 대상으로 놀이하는 것이고, 이 자체로 하나의 의식이 된다. 그리고 이 작은 의식은 선순환의 기반이다.

10분의 마늘 손질은 페스토를 사용해 요리하는 내 행위에 정당함을 부여하고, 내가 나 스스로를 먹이는 기쁨을 선사한다. 먹는 것을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소화가 잘 된다. 잠을 잘 잔다. 이 순환은 10분의 마늘 손질에서 시작한다.

작은 의식

김밥이 자기 전에 하는 수면 요가를 추천해 줬다. 나는 악질적인 수면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를 꽉 물고 자고, 이갈이를 잠결에 의식해서 꿈에 나올 정도로 심하게 한다. 요리를 시작 한 날 자기 전에 유튜브에 수면 요가를 검색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편이다.

이게 웬걸. 누워서 하는 요가가 있더라. 누워서 가이드의 음성에 따라 의식을 몸의 이곳저곳에 흘려보내는 명상 기법이다. 요가 니드라 또는 바디스캐닝 이라고 한다. 첫날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한데, 가만히 누워서 영상의 음성에 맞춰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호흡을 하게 되면 신기하게도 몸의 내부를 의식하게 된다. 턱의 통증이 느껴졌다. 근데, 위에서 서술한 신경질적인 고통이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턱 통증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봐주고 인정해야 할 하나의 대상이었다. 통증을 하나의 인격으로 여기고 얘기했다. 야, 너도 고생 참 많다. 얼마나 나 새끼가 막 살았으면 그렇게 아프다고 소리치냐. 이날 몇 년간 이례 없는 깊은 잠에 들었다.

한 달 동안 이 두개의 작은 의식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고, 내 몸을 대상으로 실험하며 관찰하고 있다. NOT TOO B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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