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이 터지는 것인가

Jun
9 min readFeb 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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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감상, 생각은 접어두고 다음주에 다가올 근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본다.
내일은 설날이다. 새해 복이 이렇게 터지는 것인가. 돌아오는 주에 월, 수, 목, 금 네개의 요일에 각각 다른회사에서 인터뷰가 잡혔다. 지금 느낌 마치 대학교 시험기간. 그 중에 금요일에 면접을 보는 회사에는 백엔드 API 작성 과제도 제출해야한다.

원래 시험기간에 해야 할 것은 많은데 공부가 잘 안 되지 않는가.

내일부터 열심히 하자.. 생각하고 유튜브랑 인스타그램 무한 스크롤링 하다가 살짝 죄책감이 들었다. 글이라도 써야지

다들 독일 회사는 어떻게 채용 과정이 진행되고, 면접 분위기는 어떤지, 무엇을 평가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월: 회사1

월요일에 면접을 보는 회사는 다른 회사보다 더 정감(?)이 간다. 지난달 초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러고 일주일 있다가 너의 서류 심사가 길어지고 있어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곧 피드백 줄게 라는 메일이 왔다. 별 생각 하지 않았다. 커버레터를 작성한 회사가 아니라서 크게 기억에 남지 않는 회사였다. (왜냐면, 지금까지 거의 100개의 회사에 지원한 것 같다.. 중간에 세는 것을 포기했다.)

정확히 서류를 지원하고 2주뒤에 메일이 왔다. 너 이력서 보니까 좀 관심 가는데, 면접 볼래? 이 시기가 겸손하지 못 한 자의 면접 후기에서 서술했던 거절의 아픔과 배움을 준 회사의 면접 시기와 비슷하다.

다시 Job Description 을 열심히 읽었다. 어.. 보면 볼수록 괜찮네? 서비스를 검색 해 봤다. MAU(월간유저) 가 800만명이 되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ex.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회사다. 글래스도어도 검색했는데 회사의 규모도 크고, 뮌헨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 그리고, always 재택근무다.

1월 22일에 엔지니어링 매니저와 면접을 봤다. 한시간동안 기술적인 경험, 상황질문 등 꽤나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었고, 이 사람이 내 매니저가 된다면 너무 일 할 맛 나겠다 싶었다. 면접 중에 바로 다음 과제 전형을 안내 해 주었고, 3일에 걸쳐서 internal source, third party api 를 사용한 조회 시스템을 개발했다. 과제를 제출하고 났는데 1주일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 사이에 내가 지원한 포지션의 채용공고를 확인했는데 사라졌다. 즉, 내가 강력한 후보자 거나 누군가가 이 포지션에 제안을 받았다는 뜻이다.

언제나 인생은 내가 설계한 희망회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피드백 메일을 요청했더니, 이미 다른 누군가가 오퍼를 받았다고 한다. 거절 메일을 많이 받아 봤지만, Unfortunately 를 볼 때 마다 가슴이 철컹한다. 아.. 또 떨어졌나 하며 메일을 읽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미안하게도, 다른 사람한테 너가 지원한 포지션에 오퍼를 하게 됐어.
근데, 너랑 1차면접을 진행했던 엔지니어링 매니저 XX가 너가 맘에 들었대. 그래서, 같은 부서지만 다른 팀에 다른 오픈 포지션에 면접을 제안하더라고, 아래 두 포지션에 관심있니?
- 엔지니어: 메타 데이터 시스템 설계
- 시니어 엔지니어: 비디오 스트리밍 시스템 설계

과제 되게 열심히 했는데, 내가 들인 시간이 조금 분해서 다음과 같이 물어봤다. 다른 사람에게 오퍼를 준게 내 과제와 상관이 있는거니? 그랬더니, 그렇지는 않단다. 아무튼 이게 이번주 월요일에 일어난 일이고, 이틀 전 2월 7일에 다른 팀의 엔지니어링 매니저와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을 진행하는 도중 면접관이 바로 다음 면접을 잡자고 한다. 그린 플래그다. 다행히 지난 번 포지션과 과제가 동일해서 과제도 스킵하고 바로 다음주 월요일에 기술면접이 잡혔다. 내가 진행한 과제와 시스템 디자인을 하는 면접이다.

여러 회사에 면접도 보고 거절도 당해보니까 어느정도 감이 생긴것을 느꼈다. 독일에서 지금까지 전반적인 면접 경험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느낌이다. 물론 한국도 큰 맥락에서는 같지만, 면접관이 갑의 위치에 있는 경험이 많았고, 대화라는 인식을 받기 힘들었다. 내가 심사받는다는 느낌이었고, 단편적인 지식을 아는지에 대해 검증하는 질문들이 많았다. 반면에, 지금까지 진행한 대부분의 면접은 기술면접이든 스크리닝 콜이든 HR 면접이든 라는 사람을 전반적으로 알고 싶어서 대화를 한다. 나와 네가 같은 팀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화를 할지, 같이 협업을 할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 해 나갈지, 내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무엇인지를 물어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면접을 보는 내가 여러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이틀전 엔지니어링 매니저와의 면접에서, 베를린에 올 때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보였어? 오늘 면접 보고 뭐해? 등의 질문을 물어봤다. 나중에는 한국식당에 가서 한식도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

규모도 크고, 일자리도 안정적이고, 완전 재택근무, 30일 유급 휴가, 1년에 30일은 유럽 어디서나 일 할 수 있는 복지가 있어서, 뽑아주면 본사가 있는 뮌헨을 향해서 큰 절 한 번 올려야지.

수: 회사2

베를린 미테에 본사가 있는 젊은 분위기의 회사다. 50명 정도의 규모가 되는 회사고, 투자 관련한 플랫폼을 개발한다. 사실 해당 회사에서 내게 관심을 보일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확실히 일자리가 많다던 독일도 취업시장이 힘들다고 느낀게, 링크드인이나 글래스도어에서 채용공고를 보면 거의다 시니어 또는 5년 이상의 경력을 원한다. 처음에는 어차피 거절 당할거니까 라고 생각하고 지원하지 않다가, 이러다가 진짜 비자 못 받고 쫓겨나는거 아니야? 라는 긴장감과 함께 그냥 넣어 본 회사다.

5년이상, 시니어 백엔드 엔지니어 포지션인데 오전에 이력서를 넣은 당일 오후에 면접을 보자고 메일이 왔다. 1차 면접은 엔지니어링 매니저와 20분 스크리닝 콜 이었다. 러시아 사람이었는데, 소문처럼(?) 차가웠다. 차가운데, 나한테 관심은 있어 보였다. 기술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는 안 했고, 이력서가 진짜인지 나 라는 사람이 진짜 사람인지 확인하는 정도의 면접이었다. 하지만, 제일 어려운 면접 중 하나이기도 했다.

너가 최근에 배운 컨셉중에 가장 흥미로운 것에 대해 얘기해줘

네..? 겁나 당황했다. 다행히, 최근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도커를 사용해서 헤드리스 브라우저를 로컬 람다로 테스팅하는 일화에 대해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건 너가 한거고, 그래서 배운게 뭔데?

네…? 두번째로 당황했다. 결국, 그냥 했던 말 반복했다. 답변이 거의 XX를 해서 XX를 배웠어 급이었다.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를 열심히 적더라. 다음 질문은 이랬다.

나한테 추천 해 줄 만한 책 있어?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질문이라고 서론을 띄운뒤에 <고통없는 사회> 한병철 저 를 추천했다.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예술철학을 가르치는 한국인이고, 독일 사회 그리고 고자극 미디어가 점령한 현대 사회를 진단하는 책 이라고 소개했다. 그랬더니, 자기 위시 리스트에 넣어두겠다는 무뚝뚝한 러시안의 귀여운 답변을 받고 면접이 끝났다.

이 회사는 좋은게 피드백이 바로바로 온다. 오전에 면접을 봤는데 2차 기술면접을 진행하자고 했다. 5년차 시니어 엔지니어 포지션에 1차 면접도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거지? 조금 불안했다. 그리고 이틀전 수요일에 기술면접을 봤다. (이 날 회사 1, 회사 2 면접 두 개를 진행했다.)

같이 일하게 될 백엔드 엔지니어 두명과 면접을 봤는데, 지금까지의 면접중에 가장 경험이 좋았다. 아무래도 같은 실무를 겪는 사람들이다 보니 기술에 대해 얘기하는게 재밌었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라는 느낌이랄까. 역시나 한국에서의 기술면접과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내가 설계한 시스템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서 한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전 회사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시스템을 개발한 적이 있는데, 겪었던 어려움들, 해결방안들에 대해 관심있어 했다. 답이 있는 막힌 질문들을 할 거라 예상하고 면접을 준비했지만, 거의 모든 질문들이 열린 질문이었다. 컨퍼런스에서 다른 회사에 있는 개발자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이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계획되었던 면접 시간이 끝나 있었고, 서로 얘기해서 즐거웠어. 라고 이야기 하고 면접을 마쳤다.

오전에 면접을 봤는데 다시 또 오후에 피드백 메일이 왔고, 다음주에 3차 면접을 본다. 3차 면접은 high level decision making, prioritization 이 주제라고 한다. 헤드 엔지니어와 리드 프로젝트 매니저와 면접을 진행한다. 진짜 전혀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 조금의 팁을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답장은 이랬다.

컬처핏이라기 보다는 프로덕트 마인드셋을 파고드는 면접이야.
제한된 요건에서 너가 무엇에 집중하는지,
빠듯한 데드라인에서 무엇을 스코프에서 무엇을 쳐내는지, 물어볼거야.
그리고, 헤드 엔지니어가 알고리즘 관련한 질문도 할 수 있어.

^^.. 더 감이 안 잡힌다. 해당 면접을 생각하면 많이 긴장된다. 진짜 uncomfortable zone 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Chat GPT 한테 물어봐야지.

목: 회사3

해당 회사는 스위스에 본사가 있는 스타트업인데, 내가 지원한 채용공고도 내려가 있고,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 라고 할 만한게 없다. 어떤 면접인지, 면접관이 누구인지 알려주지도 않아서 어떻게 면접을 준비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는게, 보통 1차 면접을 진행하면 본인네 회사가 어떤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팀과 회사의 규모는 어떤지 등의 이야기를 해 준다. 그래서 면접 초반에 밝은 미소로 인사 한 번 하고 스몰토크 하면서 좋은 인상을 남기면 대화가 부드럽게 진행된다.

나는 김칫국 마시는 것을 잘하고 좋아해서, 벌써 스위스로 이사오라고 하면 어떡하지? 등의 생각을 했다. 응~ 그럴 일 없어.

금: 회사4

가장 따끈따근한 회사다. 이번주 월요일에 이력서를 넣었고, 오늘 면접을 진행했다. 베를린 동쪽에 본사가 위치해 있고, 자동차 페인팅, 수리 등의 업무를 자동화 하는 플랫폼을 개발한다. 여기도 회사 분위기가 젊은 느낌이다.

오늘 진행한 면접에는 HR, 엔지니어가 들어왔다. 비율로 치자면, 30:70 으로 나에 대한 이야기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략 한시간 가량 진행했는데, 진짜 힘 빼고 진행한 면접이었다. 비단 독일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여러번의 이직을 통해 면접을 봐오면서 잘 보려고 하면 할 수록, 나를 셀링 하려고 할 수록, 내가 아닌 어색한 모습이 화면에 비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오늘은 나를 의식하지 않고, 비록 화면 속 영상에 불과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두 인물에게 집중을 했다.

면접 중에, HR이 희명연봉을 물어보길래, 사실은 다른 여러 회사와 면접을 진행 중이고, 그 중 한 곳은 시니어(수: 회사2 참고) 롤이라서 꽤 높은 연봉을 1차 면접때 제시했고, 3차 라운드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너의 채용공고에 쓰여져 있는 범위 중에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면접중에 캘린더 키고 다음 면접 일정을 잡았다. 다음 면접은 과제에 기반한 기술면접이다. 그래서, 목요일까지 과제도 제출해야 한다. 독일에서 설은 의미가 없게 되었다.

현재 총 인원이 열세명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스타트업이다. 그리고, 채용과정도 다음주에 보게 될 2차 기술면접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2월 안에는 윤곽이 잡힐거라 예상된다.

결론

30분 뒤에 영화를 보러 가야해서 글을 대충 마무리 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다음에 펼쳐질 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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