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될거라고 생각했니?

그 입 다무렴. 인생은 실전이야.

Jun
5 min readFeb 27, 2024
Photo by Capstone Events on Unsplash

지난 한 달 동안 면접 열차를 마무리하고 이제야 좀 틈이 생겼다. 대략 100개의 회사에 지원, 9개의 회사와 면접 진행, 그리고 5개는 리젝을 받았다.

해외 취업을 준비하며 이력서 및 면접과정에 대한 프로세스를 유튜브로 배웠다. 그 중 한 유튜버가 5% 이상의 서류 합격 및 면접이 진행되면 이력서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5% 확률로 면접을 진행한 회사 중 10%만 최종 오퍼를 제시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통계적으로 200개 지원하면, 한 군데에서 최종 오퍼를 받는다는 얘기다.

지금 내 상황에 대입 해 보면, 9% 확률로 서류 합격 및 면접을 진행했기 때문에 내 이력서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9개중 5개에서 거절을 받았으니, 이제 내게 남은 코인은 4개. 10%의 확률로 최종 오퍼를 받을 수 있다 했으니, 최악의 경우에 모두 거절을 받고 3월중에 짐싸서 한국 돌아가야한다. 아니면, job-seeking 비자로 생명연장하고 다시 이력서 지원부터 해야할수도 있고.

사실 이 글은 오퍼를 염원하는 기우제같은 글이다. 나 좀 데려가 주세요. 나 일 잘 해요.

Promise.reject(“Unfortunately”)

지난 주 월요일에 가슴아픈 거절 전화를 받았다. 일주일 동안 면접 5개 본 썰 푼다 에서 서술한 회사1 에서 좋은 소식을 받지 못 했다.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진짜 오퍼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결론은 안됐다.
이전 글에서 서술했듯, 회사의 규모도 서비스도 면접 경험도 모두 훌륭했다. 최종 면접까지 가서 안됐으면, 지난 면접에서 실패 요소를 찾기보다 (사실은 내 정신승리를 위해)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주 월요일까지 연락을 준다고 해서 잠자코 기다렸다. 저녁 6시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 이 날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했다. 기다림은 정말 적응이 안 된다. 결국 못 참고 HR에게 메일을 보냈다. 업데이트 줄 수 있니? 보통 한 시간 이내로 답장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답장이 오질 않았다.

짐싸서 집으로 갔다. 진짜 기다림도 하나의 정신적인 활동이라면, 정신소모가 가장 큰 활동일 거다. 사실 아무것도 안했는데, 녹초가 되어서 집에 도착했다. 요즘 태국음식이 내 소울푸드인데, 세숫대야 만큼의 양을 가진 팟타이 조지고 넷플릭스 보고 있었다. 전화가 울린다. 발신자 정보를 확인한다.

+49 XX XXXXX
Munich, Bavaria, Germany

아, 올게 왔구나! (이 회사의 본사가 독일 뮌헨에 있다.) 아 드디어 오퍼 받는구나.
전화를 받고 인사치례로 안부를 묻고 나는 이야기 한다.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것은

Unfortunately, …….

진짜, 이거 듣자마자 갑자기 현기증 왔다. 이 때 팟타이 먹고 정리하던 중이라서 손에 배달용기를 들고 있었는데, 날카로운 알루미늄 재질이라 약지 손가락을 베었다.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수화기 너머에서 Are you still with me? 라고 물어본다. 좀 정신차리고 전화 내용에 집중했다.
결국, 뮌헨에 거주하는 다른 후보자에게 오퍼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 사람은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팀에 바로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 오퍼를 주기로 했다고 한다.

면접 과정에서 나의 평가에 대한 피드백을 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회사의 규정상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그럼 이게 끝이야? 라고 물어보니 확인사살 해 주는 그녀.

Unfortunately, yes

너무 실망하지 말고, 저녁 잘 보내라고 하고 그녀는 전화를 끊는다.
이 회사의 채용과정이 필름처럼 머리속에 재생된다. 네 번의 면접, 과제에 쏟은 내 노력과 시간. 5분도 채 안되는 통화 하나로 마무리 되었다.

다행히 이 날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를 집에 올 때 사왔다. 도저히 아무것도 집중이 안돼서 급한대로 서점에 가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었다.

제발 내게 위안을 주세요 라고 생각하며 책을 폈다. 서론에 이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루키가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하며 여러 마라토너와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달리기를 할 때 속으로 외는 주문 같은 문장이 있나요? (mantra 라고 적혀있었다.) 라는 질문에 한 마라토너는 이렇게 대답한다.

Pain is inevitable, but suffering is optional

내가 받아들이기에 Pain 은 일어난 현상 그 자체를 의미하고, suffering 은 그 현상을 받아들이는 내면의 과정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일어난 최종탈락통보 전화는 내게 일어난 현상이고, 이 현상을 받아들이는 내 내면의 과정은 suffering 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그렇다. 언제나 해프닝은 내가 통제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해프닝이 고통이 되도록 하는 것은 나의 선택이다. 나는 이 해프닝이 고통이 되지 않는 편을 선택하기로 했다.

아 ! 인생 재미지다 !

await Promise.race([1, 2, 3, 4])

내가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JavaScript 언어에서는 Promise 라는 개념이 있다. 무언가 일을 시켜놓고, 그 일의 응답을 기다릴 때 사용하는 키워드다.
예를들어, 채용과정에서 면접을 보고 응답을 기다릴 때 Promise(회사) 하고 기다리는거다.

근데, 우리는 보통 직장을 구할 때, 한군데만 지원하고 기다리지 않는다. 여러 회사에 동시에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린다. 이 때 이런 키워드를 사용할 수 있다. await Promise.race([회사1, 회사2, 회사3, 회사4]). 가장 빨리 오퍼 주는 회사에 가겠다는 뜻. 물론 이 회사 중 리젝을 당하면 위에서 서술했듯, 에러 핸들링(정신승리)을 해야한다. 다 실패하는 케이스에 대해서는 아직 에러 핸들링 로직이 구현이 안되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기도메타. 하나는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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