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면접 5개 본 썰 푼다

Jun
10 min readFeb 16, 2024
Photo by Forest Simon on Unsplash

기나긴 한 주가 지났다. 이번 주에 예정되어있던 면접은 지난 번 글에서 서술했듯 4개였다. 중간에 면접이 하나 더 추가 되었는데, 그린 라이트인가? 그것은 차차 알아가보자.

이번 글도 지난 글과 동일한 포맷을 따른다. 요일별로 진행한 면접을 되짚어본다.

월: 회사1

OTT를 서비스 하는 회사다. 가장 가고싶은 회사다. 1차 Hiring Manager 면접을 두 번 본 회사다. 백엔드 API 과제를 하고 났는데, 이미 내가 지원한 포지션에 다른 사람이 채용되어서 같은 부서의 다른 포지션을 제안 받아서 1차 면접을 두 번 본 케이스다.

지금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 중 제일 규모가 큰 회사여서 그런지 면접 경험이 제일 훌륭했다. 2/12 월요일에 2차 기술면접을 진행했다. 원래 1시간 예정이었는데 2시간 가량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관은 총 2두명. 한 명은 내가 조인하게 될 팀의 리드 엔지니어,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회사 내 코어를 담당하는 리드 시스템 아키텍트였다. 나는 주로 새로운 기능을 개발 할 때, 내가 조사한 자료 그리고 설계한 방향을 팀원들과 공유한다. 이 업무 방식이 이번 면접에서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강하게 믿는다.

면접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었다. 첫번째는 내가 작성한 백엔드 서버 코드를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나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취했다. Pull Request에 내가 설계한 구조와 그 사이에 거쳤던 생각들, 세부단위의 태스크, 서버를 실행시킬 명령어, 그리고 Future Works 를 기록했다. Future Works에는 내가 이번 과제에 구현하지는 않았지만, 프로젝트가 어떻게 발전 해 나갈 수 있는지를 기록해 놓았다. 이 문서가 면접 때 이야기 나눌 주제를 결정했다.

먼저, 문서에 대해서 한 번 훑고, 어떻게 세부사항을 구현했는지 어떤 테스트 전략을 택했는지 설명했다. 모든 설계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내가 결정한 사항에 대한 이유를 이성적으로 설명했다. 중간에 시스템 아키텍트가 날카로운 질문을 몇개 던져서 매우 당황했다. 예를 들어서, 너가 설계한 인터페이스에서 지금 놓치고 있는게 뭐야? 같은 질문이었는데, 우린 보통 스스로 한 작업에 대해서 뭐가 부족한지 보는 날카로운 눈이 없다. 그냥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내 생각엔 이 전략이 통한거 같다.

저런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을 때, 당연히 모를 수 있다. 그럼 조금은 당황스러운 연기를 한다. 그리고 물어본다. 지금 바로 생각이 안 나는데, 답을 찾아나갈 수 있게 힌트를 줄 수 있어? 그러면 좋아했다. 왜냐면 테크니컬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만큼 알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같은 팀원이 되었을 때 피드백을 원할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지를 보기 때문이다. 몰라도 된다. 물어보자.

그리고 해당 기술면접의 두번째 파트는 시스템 디자인이었다. 리드 시스템 아키텍트가 대뜸 드롭박스를 설계 하라고 한다. 네..? 드롭박스요? 그거 엔지니어만 몇백명인데 제가 어떻게..? 를 시전하고 싶지만 그러면 나가리다. 정신 차려야 한다. 일부로 길을 잃도록 큰 주제를 던지는게 시스템 디자인의 본질이다.

그냥 시스템 디자인 면접이 아니라, 여러분이 길을 잃었다고 가정해보자. 내 손에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나침반도 없고, 구글맵도 없다. 여러분 앞에 있는 것은 사람이다. 근데, 그 사람은 나보다 먼저 길을 걸어 본 사람이고, 내가 어디서 또 길을 잃고 헤맬지 겪어본 사람이다. 그럼 어떻게 하겠는가? 질문해야한다.

나는 물어봤다.

요구 사항을 먼저 정확히 하고싶은데, 몇가지 질문해도 될까?
- 드롭박스의 어떤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거야?
- 유저의 인증, 인가는 이미 거쳐서 우리가 설계하는 서비스로 넘어왔다고 가정해도 될까?
- 폴더와 파일 업로드, 조회 기능에 대해서 설계하는 거야?
- 그럼 API, Database, App, System 순으로 범위를 넓혀가도 될까?

그 어느 면접관도 여러분이 면접에서 실패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때로 예외는 있지만)
나는 이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이미 그들의 팀원이 되어서 같이 일을 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같이 일 하는 팀원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팀원은 없다. (물론, 이것도 예외는 있지만) 해당 면접을 통해서 이 사람들과 더 일 하고 싶다 라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주니어도 아니고, 시니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드레벨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팀에 조인하게 되면 정말 많이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월요일에 면접을 보고 화요일에 바로 답장이 왔다. 바로, 대망의 마지막 면접!

수: 회사1

그렇게 해서, 예상에 없던 면접이 하나 더 잡혔다. 내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1의 마지막 면접이었다. 해당 면접은 내 채용과정을 주관한 리드 HR과 내가 합류하게 될 부서의 Vice President of Engineer 와 진행했다.

솔직히 임원면접은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예전에 야놀자 최종 면접에서도 CTO 와 대면 면접이었는데, 거의 구박을 받는 수준이었다. 나는 그 때 매우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었다. (지금도 아는게 별로 없지만) CTO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한시간 내내 설파했다. 그 때 내가 취한 전략은 진중하게 듣기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응~ 네 말이 다 맞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거의 가만히 있었다.

이번에 최종 면접을 준비하는데, 이 때의 기억이 나서 사실 조금 쫄았다. 또 구박 당하면 어떡하지. 솔직히, Vice President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비둘기일텐데^^.. 그냥 배회하며 프로젝트 코드에 에러만 심는…

역시나 VP는 위엄이 있다. 그 분의 등장은 화려했다.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와서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진짜 빛 그자체였다. 그의 첫등장은 우습기도하고 다른 의미로 무섭기도 했다. 다행히 센스있는 HR이 스몰토크를 이어갔다. 인사를 했다. VP의 옅은 미소와 살짝 가느린 목소리는 내 긴장을 조금 덜어주었다.

한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베를린에 왜 왔는지,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지, 내가 받았던 부정적인 피드백은 무엇인지, 너가 그리는 이상적인 팀의 형상은 어떤지, 그렇다면 왜 이 팀이 최적의 팀이라 생각하는지, 업무 할 때 가장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어떤지, 너가 리더가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리더가 너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어떤 매니지 레벨(밸런스)를 원하는지.. 등등.

나름 최선을 다 해서 답변했는데, 중간에 나는 인식했다. 위의 질문들은 나의 생각과 가치를 파고드는 질문 들이다. 평소에 생각없이 일했으면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나름 많은 사고 과정을 거쳤다고 믿고 있었는데,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당황하게 되면 첫번째 나오는 반응이다.

그래도, 면접의 마지막에 언제부터 일 할 수 있냐, 우리 리로케이션 전담팀이 있어서 너의 비자 프로세스를 도와줄 수 있다, 원하는 최소 연봉이 무엇이냐. 등의 대화를 하고 면접을 마쳤다.

늦어도 다음주 월요일까지 피드백을 준다고 하니 기다려야지. 다시 또 기다림의 시작이다. Wish me luck!

수: 회사2

가장 감이 안 잡히는 면접이었다. 시니어 백엔드 엔지니어 3차면접이었다.

컬처핏이라기 보다는 프로덕트 마인드셋을 파고드는 면접이야.
제한된 요건에서 너가 무엇에 집중하는지,
빠듯한 데드라인에서 무엇을 스코프에서 무엇을 쳐내는지, 물어볼거야.
그리고, 헤드 엔지니어가 알고리즘 관련한 질문도 할 수 있어.

예상대로 면접은 숨가쁘게 빠른 템포로 진행되었다. 프로덕트 마인드셋, 알고리즘, 그리고 시스템 디자인까지. CTO와 리드 PM 이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둘 다 사람은 나이스했지만, 내가 정말 시니어 롤에 적합한 사람인지 체크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초반에 내 소개를 하는데 갑자기 평소에 잘 하던 자기소개 문구를 까먹은거다. 안녕~ 하고 나서 한 5초간 정적이었다. 아 왜이렇게 긴장되지? 뭐 당연하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넘겼다.

가장 기술적으로 파고든 면접이었다. 데이터베이스 격리 레벨, 메세지 핸들링 멱등성에 대해서 물어봤다. 다행히 전 회사의 훌륭한 동료덕분에 두 컨셉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어서 위기를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알고리즘 문제까지 분위기 괜찮았다.

마지막 파트는 리드 PM 이 실제 본인 회사에서 겪는 상황을 던져주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해결 해 나갈지 묻는 면접이었다. 문제는, 두 면접관 사이에서 내게 정확히 무엇을 묻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화면의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묻는 줄 알고 그 방향으로 답변을 했더니, 또 갑자기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실제 사용될 메소드를 던져 주면서 데이터 타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물었다. 둘 사이에서 컨텍스트를 왔다갔다 하며 당황했다. 조금 깔끔하지 않은 면접 경험 이었지만, 총평은 NOT TOO BAD.

그리고 어제 오전에 빠른 피드백을 주는 회사 답게 바로 피드백이 왔다.

헤드 엔지니어의 피드백을 받았는데, 너가 인터뷰에서 잘 했대.
근데, 면접관 스스로 본인들이 못했다고 생각 하더라고. 너가 괜찮다면, 시스템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하는 면접을 한 번 더 진행할까 하는데 괜찮아?

휴^^… 또여?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니? 면접을 네번이나? 하는 마음을 꾹 참고.
Sure, no problem! 이라고 답장했다. 사회생활이란..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럼 다음 면접이 마지막 면접 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한국인의 매운맛을 한 번 보여줘야겠다. 그래서 다음주 수요일에 마지막 면접이 잡혔다. 그래도 시스템 디자인 면접을 두 번이나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더 문제를 잘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어떻게 구성해 가는지 보여주면 큰 문제 없을것이다. 라고 강하게 믿는다.

목: 회사3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있는 아직 공식 홈페이지도 없는, 서비스의 프로토타입도 출시하지 않은 갓 태어난 스타트업이다. 20분동안 면접을 진행했는데, 기본적인 마인드셋을 묻는 질문들로 진행했다. 어쩐지 나도 이 회사에 크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 쓸 말이 별로 없는거보면

고령화시대를 맞이해서 AI를 활용한 고객 맞춤 의료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다. 앞으로 밥 벌어먹고 살려면 AI와 친해져야 해서 서비스에 대한 마음은 가지만, 나도 그렇고 이 회사도 그렇고 서로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눈치다. 기회가 되면 또 보자!

금: 회사4

아직도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CEO와 엔지니어링 매니저와의 2차 기술면접이었다. 어제까지 부랴부랴 과제를 해서 제출하고,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을 주고 받는 면접이었다. 백엔드 엔지니어로서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네트워크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파고 들더라. 그냥 솔직하게 얘기했다. 아직 그 정도의 깊은 부분까지는 고려 해 본 적 없다.

해당 면접은 이 회사의 채용과정에서 마지막이었다. 주된 내용을 마무리하고 조금은 예민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CEO의 단도직입적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너가 생각하는 연봉을 우리가 맞춰 줄 수 없다. 그래서 염려가 된다. 너의 기술역량이나 태도나 우리 팀에 모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회사에서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 그 곳을 선택할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면접으로 미루어봤을때, 솔직히 너가 시니어 레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그들보다 낮은 연봉으로 오퍼를 제시하면, 다른 회사의 면접 과정을 드롭 할거니?

그의 솔직함과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나도 솔직하게 답변했다. 내가 지금 너네가 제시할 수 있는 연봉보다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한 회사와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진행하는 다른 회사와의 면접 과정을 드롭 할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면접자체가 큰 배움이고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너의 솔직한 답변과 염려에 대해서 고맙고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스스로 시니어 레벨 이라고 생각하고 않는다. 아직 배울점이 많다. 연봉에 대해서는 오픈 된 마음으로 상의 할 수 있다.

그랬더니, 다른 회사와의 면접 과정을 모두 마치고 메일로 노티를 달라고 한다.

결론

독일에서 면접을 진행하면서, 한국에서 흔히들 이야기하는 면접팁과는 다른 나만의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
떨리면 떨린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
원하는 연봉과 내 현재 상황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
나쁜 피드백을 받았으면 어떻게 그 피드백에 반응했는지,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

그리고, 질문하자. 좋은 질문은 그 어떤 멋있어 보이는 대답, 지식을 뽐내는 대답,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대답보다 훨씬 그 가치가 크다.

나의 이런 자세와 기준이 통하는 회사에서 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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